발간사/축사

발간사

의학은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 발전한다. 세균 박멸에 많은 관심을 두었던 시기에는 항생제의 출현으로 해결하였고, 의료 용구의 발달은 수술 요법의 발전을 유도하여 구조적 이상 상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치료의학으로 발전하였다. 요즘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기능적 결함까지 보완하고 개개인의 특성까지 맞추는 맞춤의학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능적 결함을 보완하는 의학에서 인체의 성능과 삶의 질 향상에 역점을 두는 관리의학을 소비자는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병과 ‘반건강’, ‘아건강’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대한미병의학회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미병 관련 정보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처음으로 발간되는 창간호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기에 이같이 첫 수확을 얻게 되었다.

미병의학회는 미병 연구에 관심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 참여를 적극 환영한다. 미병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개방적이며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빅데이터와 5G 시대를 맞이하여 이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 정신을 선도적으로 계도하고, 필요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역동적인 학회로 성장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앞으로는 원저도 중요하지만,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시론이나 의학강좌 형식을 빌려 전문가 의견을 자주 듣는 기회가 많으면 좋겠고, 미병의학이 나아갈 길과 방향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등대 역할을 기대한다.

아무쪼록 각 분야 전문가의 애정 어린 채찍과 격려가 필요하다. 이번 창간호가 미병 연구의 시발점이 되고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창간호를 발간하면서 심사위원 선정과 위촉, 그리고 각종 규정 등 새살림을 차리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고해 주신 이사님들의 노고가 많았다. 또한 강의와 진료, 그리고 연구 활동의 바쁜 시간 속에서도 학회지 발간을 위해 적극 참여해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2020년 3월
대한미병의학회 회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명예교수
누베베 미병연구소 소장
박영배

축사

한의학계 구성원 여러분과 함께 미병의학회지 창간호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이번 학회지 발간에 애쓰신 대한미병의학회 박영배 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건강의 사전적 의미는 세계보건기구헌장에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건강과 질병 사이는 건강도 아니고 질병도 아닌 제3상태, 회색 상태라 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아건강 상태를 인류 건강의 새로운 개념인 미병으로 분류하여 그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아건강 상태는 건강과 질병 사이에서 인체의 활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며, 임상적으로 피로는 증가하고 활력, 반응력, 적응력이 감소하는 1증 3감의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관리를 통해 온전한 상태로 환원할 수 있는 가변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식인, 기업관리인 계층에서 아건강 상태 비율이 최고 70%에 이른다고 하며 중년층에서는 5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35-45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육체노동자보다 사무직에서 더 많이 나타나며, 사회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건강 상태는 젊은 층으로 많이 이전되어 25-35세에서도 급격히 상승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10대 청소년 층까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미병은 한의계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주요 연구 과제입니다. 옛부터 한의학에서는 聖人 不治已病 治未病이라 하여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지 않고 병이 되기 전에 치료를 중요시 하였으며, 건강 관리를 위해 기공 명상 등 양생법을 강조하여 왔고, 심신의 건강을 위해 조신 조식 조심을 큰 덕목으로 삼아 왔습니다.

앞으로 미병의학회지 발간을 계기로 미병에 관련한 의학 정보를 교류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큰 터전이 마련됨으로써 미병 관련 분야의 발전에 크나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20년 2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대한한의학회 회장
최도영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의미하며, 단지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21세기에 들어와 ‘미래의 의료 콘텐츠는 인간 중심적이어야 한다’는 모토 하에, 질병중심의학에서 환자중심의학으로 점차 패턴이 바뀌어가고 있음이 보인다. 여기에는 의료의 방식과 시스템의 변화가 당연히 수반되면서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나 건강추구 문제가 강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소비자 욕구의 다양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의료 모형도 출현할 조짐이다. 이에, 전일적(holistic) 사고로의 접근을 통해 마음과 몸이 공존하는 실체를 치료 환경 안에 가져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여겨진다.

우리 사회는 이제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확장을 통해, 기존의 진단⋅치료 영역을 넘어서 ‘보살핌(care)’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할 때이며, ‘병을 예방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개념을 한의학의 ‘미병(未病)’이론으로 적극 발전시켜야 할 때이다.

조화롭고 균형 잡힌 건강을 위해 옛 선인들이 양생(養生) 또는 양성(養性)을 중시했던 것처럼, ‘미병’의 근본 개념은 치료에 이어 예방 관리까지 중시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 한의학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미래의학의 한 축을 만들기 위한 사명으로, 소중한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연구하면서 시대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미병의학회를 창립하였고, 이어서 학회지마저 창간했다 하니 참으로 시의적절하지 아니한가!

본 미병의학회지를 통해 하루속히 참신하고 튼실한 미래 한의학의 바람직한 모형이 구축될 수 있지 않을까 크게 기대하고 바라면서, 진정한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2020년 2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전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이혜정

의학의 목적은 병을 제대로 알고 올바로 치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질병이 발생한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장 상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병의 연구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미병 및 아건강에 대한 연구와 동시에 중국내 주요 도시에 치미병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은 미병시스템학회가 조직되어 미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병을 건강한 상태부터 질병 후 회복까지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 중 질병이 발생하기 전의 상태를 아건강(亞健康)이라 하여 역학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동양의학의 자각증상과 서양의학의 검사 수치를 기준으로 하여 미병을 정의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잠재적인 병증 이전 상태, 건강 허약 상태 또는 일종의 기능성 변화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각종 변증 체계별 또는 사상체질의학적인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가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근래 기존의 세균성 질환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병군은 감소 추세에 있고 경제적 풍요와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대사성 질환이나 심인성 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아짐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고 향후 100세 시대를 대비한 중요한 연구 테마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금번 박영배 회장을 위시한 학계 여러 인사들이 뜻을 모아 미병학회지를 발간하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움직임이라고 사료된다.

모쪼록 관심 있는 학자들이 함께 뜻을 모아 다양한 분야에서 미병 관리의 효율적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인류의 미래가 기대하는 장수사회가 고통의 연장이 아닌 실질적으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2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명예교수
전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고병희